시, 글귀

님의 침묵

웅냐돼지 2014. 1. 14. 20:56

날카로운 첫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려하고 경계한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떼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은 깨치는것인줄 아는 까닭에 겉잡을수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떠나신 뒤에 나의 환상의 눈에 비치는 님의 얼굴은 눈물이 없는 눈으로는 바라볼수가 없을만치 어여쁜것입니다. 님이 떠날때의 어여쁜 얼굴은 나의 눈에 새기겠습니다. 니므이 얼굴은 나를 울리기에는 너무도 야속한듯 하지마는 님을 사랑하기 위하여는 나의 마음을 즐거웁게 할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어여쁜얼굴이 영원히 나의 눈을 떠난다면 그때의 슬픔은 우는것보다도 아프겠습니다.

 

이세상 어느곳도 견고하지는 않다
어느곳이나 모두 흔들리고있다
나는 내가 의지해야할곳을 찾았지만
이미 죽음과 고통에 시달리지않은곳이 없다
낡은것을 좋아하지말라 새로운것에 매혹당하지도 말라
사라져가는것을 슬퍼하지말라 잡아끄는것에 붙잡히지 말라

 

어데라도 눈이 보이는데마다 당신이 계시기에 눈을감고 구름위와 바다밑을 찾아보았습니다
당신은 미소가 되어서 나의 마음에 숨었다가 나의 감은눈에 입맞추고 네가 나를 보느냐고 조롱합니다

 

님이여, 나의 마음을 가져가려거든 마음을 가진 나에게서 가져가셔요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셔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에게 고통만을 주지마시고 님의 미음을 다주셔요
그리고 마음을 가진 닌ㅁ에게서 나에게 주셔요 그래서 님으로 하여금 나에게서 하나게 되게 하셔요
그렇지 아니하시거든 나의 마음을 돌려보내주세요 그리고 나에게 고통을주세요
그러면 나는 나의 마음을 가지고 님이 주시는 고통을 사랑하겠습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하고 앉았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침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하였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고통의 가시덤불 뒤에 환희의 낙원을 건설하기위하여 님을 떠난 나는 아아 행복입니다

 

님이여! 님은 나를 있게한 님이여 삼라만상을 있게한 님입니다
나는 님이 그리워도 님에게 갈수 없습니다 나는 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수 없습니다
나는 다만 내안에 머문 님의 흔적을 찾아 헤멜 따름입니다
나는 다만 가없는 그리움으로 간절한 기도로나 님의 숨결을 느낍니다
달빛이 쓰다듬는 어린잎새 꿀벌레소리 소멸하는 늙은 연꽃의 메마른 줄기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에서 나는 님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님이여!
님은 신령하신 님이기에 삼라만상은 조홧속입니다 님이 부리신 조화는 하늘의 뜻처럼 절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님은 나의 사랑에 침묵으로 대하실 뿐입니다
님은 낯익은듯, 그러나 늘 낯선 풍경으로만 내앞에 나타나실 뿐입니다
님은 지천으로 핀 들꽃이었다가 분분한 낙화이셨다가 댓잎 위 잔설이셧다가
바닷가 저녁놀이셨다가 한여름 장대비가되어 주룩주룩 내리십니다
나는 아직 님의 맨얼굴을 어림하지 못합니다 내안과 밖에서 님을 찾아 밤낱을 헤메었지만
님의 고운얼굴을 만나지 못한채 나는 이제 해 저무는 저녁에 서서 님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고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구름의 터진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수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가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물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한 저 하늘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
나의 얼굴은 그믐달이 된줄은 당신이 아십니까
아아,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