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데리러 라 로쉘로 가겠어요."
나는, 마치 저 마로니에나무들처럼, 피에르가 두 팔로 나를 품에 안고 가볍게 흔들어 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피에르는 이렇게 편지를썼다.
"너는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의 부드러운 나의 대지야."
그리고 그는 나의 바다였다.
"너는 햇빛 찬란한 나의 대지야."
그리고 그는 나의 한 그루 나무였다.
저녁이 되면 종종 엄마는 불가에 앉아 울곤하였다. 그럴때면 엄마의 두 눈은 눈물빛깔을 띠었다. 엄마는 말했다.
"나는, 나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 나를 가졌잖아요."
그러나 엄마는 계속해서 울었다. 그러면 나는 엄마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삶의 매 순간마다 엄마를 사랑하고싶었고, 엄마가 나를 원하도록 가는곳마다 쫒아다녔다.
그러면 엄마는 말했다.
"엄마 뒤만 졸졸 쫒아다니지 마라."
그렇지만 나는, 나는 정말로 엄마를 사랑하고싶었다. 항상 엄마곁에 머무르고싶었다.
저녁식사 때는 이따금 튀김요리를 먹었다. 겨울에는 사과튀김이었고 봄에는 아카시아꽃 튀김이었다. 그리고 여름에는 호박꽃 튀김이었다. 나는 벽난로 아래 앉아서, 그토록 강한 불꽃을 바라보며 타는듯이 뜨거운 튀김요리를 먹었다. 그러고나면 내 입과 손가락들은 온통 설탕과 기름으로 범벅이되었다. 집안은 따듯했고 향기로왔다.
엄마는 농가로부터 과일 담은 바구니를 끼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면 사과와 포도는 창고에 넣어두었다. 사과는 짚으로 단을 만들어 그 위에 놓거나 혹은 채반위에 올려놓았다. 포도는 대들보 기둥에 걸려 있는 철사줄에 매달아 놓았다. 그러면 사과는 오래도록 집안을 향기롭게 했다. 다른 과일들은 지붕 위에 올려놓은 채반 위에 얹어서 햇볓에 말렸다. 자두는 통째로, 그리고 복숭아와 살구는 잘라서 씨를 빼고 말렸다. 꿀벌들이 단 냄새를 맡고는 채반 위로 몰려들어 윙윙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은 오그라들고, 갈색으로 변하고, 점점 딱딱해져서 꿀벌들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또 다른 과일들을 가지고 엄마는 잼을 만들었다. 대개 자두와 배와 멜론, 그리고 마르멜로, 푸른토마토 드잉었고 때로는 포도로도 만들었다. 가을날들은 이처럼 사과향기로 온통 뒤덮이고 과일향기, 캐러맬의 단 내음으로 향기로왔다. 잼이 만들어져서 유리항아리 속에 넣어지면, 나는 냄비의 바닥과 가장자리에 눌러붙은 채 아직 남아있는 잼 찌꺼기들을 긁어먹었다. 그 다음날이 되면 엄마는 아주 하얗고 바스락거리는 황산종이를 가지고 유리항아리를 덮고는 털실로 꽉 붙들어맸다. 그리고 나면 모든 단지들은 커다란 찬상 속에 잘 정돈되었다. 달콤하고 무거운 향기가 가을 내내 집안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녔다. 겨울이되어 이미 오래 전부터 그 향기가 풍겨나오지 않게되면, 그때 비로소 우리들은 잼을 먹었다.
아주 먼곳, 그곳에 푸른 섬들이 있었어요. 모래와 바다와 태양으로 향기롭게 빛나는 섬들이...그의 목소리는 햇빛에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사막과 추운 밤으로 이루어진 사막들을 가로질러 바로 내 곁에 협죽도로 향기로운 섬들을 옮겨다 놓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붉은 꽃들 주위로 몰려든 붉은 새들의 영상과 바닷물이 치솟았다가 깊이 가라앉는 깊은 동굴들의 풍경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사랑스런 반딧불들이 날아다니는 비단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밤을 실어왔다.
그가 말했다.
"아마도 언젠가, 나는 내가 태어난 그 감미로운 섬으로 당신을 데려가겠어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 감미로운 섬과는 너무도 먼곳에 '제니 라 폴'이라 불리는 엄마가 있었고, 의자에 외로이 앉아있는 신부와 거리를 기웃거리고있는 석공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겨울이 되면, 더러운 장화를 신고 추위에 뻣뻣해진 손가락을 하고는 좁은 울타리 사이로 좁게 나 있는 길 저편으로부터 왔다. 교실에 들어오면 나는 손가락이 너무나 굳어 있어서 글씨를 쓰려고 무진 애를 써도 결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내게 노트에다 다시 쓰라는숙제를 내주었지만, 나는 너무나 추웠다. 선생님은 다른아이들에게 내 더러운 공책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깨끗한 공책을 하나 더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무도 무슨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할머니 집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말했다.
"그곳에는 가지 말아라."
또 어떤 날들은 할머니가 벽난로와 장롱 사이에 놓인 커다란 버드나무 안락 의자에서 졸고 있을때에 그곳에 가기도 하였다. 나는 털복숭이 꿀벌들을 바라보며 놀거나, 달콤한 황금빛 콩을 먹곤 하였다. 엄마는 또 말했다.
"그곳에는 가지 말아라."
나는 부동의 비행을 하던 꿀벌들이 윙윙거리는 가운데 빛을 발하던 가을날들, 그 가을 내내 뒹굴던 금빛과 푸른빛의 포도덩굴, 그리고 강가에 창백하게 서있던 버드나무들 사이의 포도밭에서 흘러나오던 그 감미로운 향기를 기억한다.
고양이나 개가 새끼를 낳으면 사람들은 엄마에게 말했다.
"제니 라 폴, 쉬는시간동안 가서 새끼 고양이들을 처치하고 와."
아니면 새끼 강아지들을. 엄마는 자루속에 돌들과 함께 새끼고양이들이나 혹은 새끼 강아지들을 담아 그것을 강물에 던지러 가곤 했다. 나는 멀리서 엄마를 따라갔다. 왜냐하면 가끔 엄마는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돌아가거라."
어떤농가에서는 갓난 고양이 새끼들과 강아지 새끼들을 두엄더미 속에 산채로 묻기도 했다. 나는 울면서 새끼들을 찾아다니던 어미 개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몇시간이고 새끼들을 부르며 찾아다녔다. 결국 그들은 가장 후미진 구석에 웅크려 앉아 울곤 했다.
목요일에 엄마가 나를 데리고 가지 않으면 나는 때때로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종종 외삼촌들이나 숙모들 혹은 사촌들이 있었다. 내가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얼굴을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꺼내는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정을 살피러 온게지."
나는 문턱에 선 채 기다렸다. 신선한 커피 향과 밀랍을 입힌 가구들의 냄새가 나를 삼켜버리는듯했다. 사촌들과 외삼촌들과 숙모들은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엄마에게 그렇듯이. 나는 나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으며 나와 함께 그 지방에서 가장 훌륭한 집안에 불행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나의 할아버지는 미쳐버린 옛날 왕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책에서 그의 하늘색 눈을 들고 말했다.
"이리오너라, 얘야."
나는 다른사람들의 침묵 사이로 할아버지에게로 갔다. 할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팔이 없는 쪽에 달려 있는 꼴망태기를 뒤져 거기에서 호두와 개암과 사과를 꺼내 내게 주면서 말했다.
"먹어라, 얘야."
그런 다음 할아버지는 다시 여느때처럼 그의 죽은 왕들에게로 돌아가거나, 단테의 지옥여행이나, 혹은 나무와 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나는 잠시 그 곁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독서를 했고, 그러면 나는 그곳을 나왔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목소리들이 커졌고, 조그만 숟가락들이 사기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기 시작했다. 엄마가 문을 열기만 하면 모든것이 잘될것이다. "너도 그녀처럼 아름다운 갈보야, 갈보. 넌 신부 맛을 보았어. 이제 너는 석공의 맛이 어떤지 보게 될거야. 최고지. 곧 알게 될거야."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어쩔수가 없었기때문에, 그 참을수 없는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엄마는 불 앞에 있었고 나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 앞의 바닥이 천천히 주름잡혀 왔고, 벽들이 점점 다가오며 침대를 삐걱거리게 하더니 점점 더 죄어왔다. 벽들이 무너져 곧 나를 덮어버렸다. 나는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려 애썼으나, 내 입은 회반죽 덩어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벽들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러자 그것들은 부서져서 먼지로 변해버렸다. 초인적인 노력으로 나는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그곳에 엄마가 있었고, 엄마의 맑은 눈들이 환영을 쫒아버렸다. 나는 말했다.
"엄마, 나의 엄마."
그러자 엄마는 말했다.
"말하지 마라."
그리고 나자 나는 추워졌다. 엄마는 침대로 들어와 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하여 나를 껴안았다. 나는 흐르는 땀에서 젖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었다.
나는 로즈 옆에 앉아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로즈가 눈이 멀었다는것을 안 것은 바로 그날 저녁이었다. 나는 로즈 옆에 앉아 그녀에게 브느와와 언젠가는 우리가 갖게 될, 그리고 엄마의 길잡이가 될 개와, 내가 아직 태어나기 전에는 늘 웃었던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로즈는 조용히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검은 털에 하얀 얼룩과 어린 뿔을 가진 로즈는 아름다왔다. 아마 로즈는, 다른 동물들은 볼수있다는것을 알지 못하리라.
피에르는 명예롭게 죽었다. 그들은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예의를 갖춘 장례식이 거행될것이고, 나는 내가 원한다면 장례식때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온갖 예의를 갖춘 장례식이 거행될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었다. 나는 거리를 걷다가 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나는 계단에 앉아 예르행 기차가 떠나길 기다렸다. 날씨는 추웠고 마로니에 나무들은 달콤한 싹을 내밀고 있었다. 내가 역까지 그를 배웅하러 갓을때 그는 말하곤 했다.
"슬퍼하지마, 엄지공주. 나는 다시 돌아올거야."
그는 나를 껴안았다.
"나는 너를 푸른 그늘과 태양의 향기가 가득한 감미로운 섬으로 데리고 갈거야."
나는 협죽도의 하얀 별들과, 거대한 지붕들과 나무들 사이에다 거미줄을 치는 거대한 거미들과, 깊은 동굴속에 사는 천국의 새들을 이야기했다.
"나는 너를 멀리 데리고 갈거야. 우리는 왕귤나무 정원에서 꽃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거야."
그가 나를 그 비행기로 데리고 갔을때, 그는 말했다.
"너는 나의 대지야. 대지는 아름다와. 우리는 말을 타고 별똥별로 갈거야."
그리고 그는 떠났다.
"엄지공주, 나의 대지, 나의 여인, 울지 마. 나는 다시 돌아올거야."
나는 예르행 기차를 탔고, 그들은 그를 땅에 묻었다
군악대의 연주와 예포가 있었고, 끝나지 않을 듯이 길어지던 연설이 있었다. 그는 그들 중 가장 훌륭한 시험비행사였다. 리본들과 말들로 장식된 메달들, 나, 그리고 금잔화들, 검은 옷을 입은 키 작은 노파, 그리고 피에르가 그의 관 속에 홀로 누워 있었다. 내게는 그를 볼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피에르도 내가 갈기갈기 찢겨 죽은 그를 보기를 원하지 않을것이다. 그는 말했다.
"나는 두렵지 않아, 내 사랑. 우리는 아이를 가질거야. 아이는 삶의 추억이야."
그렇지만 아이는 없을것이다.
로즈는 영리한 송아지였기에 매우 빨리 이해했다. 그녀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것을 알아들었다. 그녀는 시냇물 소리와 바람에 미친듯이 흔들리는 버드나무 소리에 비켜갈 줄도 알았다. 나는 그녀가 무서워하지않고 혼자 걸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녀를 그곳으로 몰고갔다. 그녀는 곧 익숙해졌다. 그때부터 나는 그녀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것이 덜 슬펐고, 그녀 역시 그랬다.
"그가 어렸을 대 서커스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오. 꼭 한번, 전쟁이 끝난 직후로 처음 열렸던 서커스였지요. 그 이후로 그는 광대가 되고 싶어했다오. 나는 말했어요. <그건 직업이 아니란다.> 그리고 직업이 아닌것은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그 애는 광대가 되고싶어했어요. 그애는 마차를 타고 오직 한마리의 말을 데리고 혼자 멀리 떠나겠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리고 그 애는 아이들을 웃게해주겠다고 말했지요. 그애는 광대흉내를 냈어요. 그가 그러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는 할아버지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팔을 벌리고 마당에 서 있었어요. 나는 그를 부르러 갔어요, 그는 대답했지요. <전 참새를 쫓는 허수아비예요.> 그의생각을 알자 나는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어요. 하긴 사람들은 모두 죽지요."
나의 송아지 로즈는 점점 예뻐졌다. 햇빛 아래에서 그 반짝거리는 털에 살짝 손이라도 갖다대면 무척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로즈가 목소리를 알아 들을수 잇게 되자, 내가 다가가면 로즈도 고개를 치켜들고 내가 있는쪽으로 뛰어왔다. 이미 오래 전부터 로즈는 혼자 다닐 수가 있었다. 로즈는 조용히, 그리고 행복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따라다녔으므로 그 누구도 로즈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로즈도 그 사실을 잊어버렸고, 나 역시 잊어버렸다. 우리는 둘이 함께 있다는사실이 너무 기뻐서 전혀 슬픈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예전처럼 길가에 앉아서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늦어질때면, 목마르고 주리던 나날들을 보낸 뒤여서 어쩌면 엄마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불안했다. 그러나 엄마는 마침내 돌아오곤 했다.
어느날 저녁 내가 말했다.
"이제 브느와와 로즈를 다시 데려 올 수 있겠군요."
엄마가 말했다.
"그럴만한 돈이 없단다."
그제서야 나는 영원히 로즈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앙뜨완느는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하면서 엄마가 지금 요구하는것은 너무 억지라고 말했다. 사실 버드나무 덤불 아래에서 다 무너져가는 오두막과, 굶주린 여우들과, 까마귀들과, 알지 못하는 들짐승들이 들끓는 언덕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된다며 잘 생각해보라고 말한 다음 그는 가버렸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버드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엄마는 잠시 성냥으로 발뒤꿈치를 긁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엄마는 곧 깊이 잠이 들었다. 나는 엄마의 무거운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에게서는 따뜻한 젖 냄새가 났다. 나는 우리 둘이 앙뜨완느의 집에서 사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자 세상의 온갖 절망이 내게 엄습해왔다. 순간적으로 나는 엄마를 깨워서 이 낡아빠진 집에서 나와 함께 살자고 말하고 싶었다. 영원히 나와 함께 이 집에서 살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말하는 버드나무도, 흰 모래 언덕의 여우나 까마귀도 좋아하고, 또한 할머니 집앞에 서있는 오동나무도 좋아한다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 피곤한 나날들 깊숙이.
나는 나를 위로하기위하여 이제 학교에 가게되면 무엇보다도 배우고 싶었던 여러가지 것들에 관하여 알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돈을 가지게 되는상상도 해보았다. 그러면 나는 앙뜨완느의 집으로 가서 엄마를 데리고 나와 그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엄마를 데리고 갈것이다. 늘 태양이 빛나고, 바다가 있는곳으로. 우리는 포도나무가 하늘까지 뻗어있는 그곳에서 늘 웃을것이고, 야생 시클라멘의 향기를 찾아 아카시아 숲속을 한없이 헤멜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리는 잼 냄새가 구석구석 배어있는 옛 집으로 돌아와서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소리를 들으며 웃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그림에서 본 적이 있는 바다가 있는 라 로쉘로 가기로 결심했다. 다시한번 나는 엄마를 깨워서 이 낡은 집에서 나와함께 살자고, 영원히 나와 함께 살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울었다. 엄마는 너무 피곤하여 내게서 아주 먼 곳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던것이다.
"틀림없이 로즈가 다시 돌아온거야."
바로 그때 우리는 무엇인가 황급히 뛰어가는듯한 소리를 들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로즈가 우물에 빠질지도 몰라."
나는 급히 나가 우물쪽으로 뛰어갔다. 로즈가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로즈는 우물을 보지 못했다. 돌멩이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와 풍덩하는소리, 그리고 미친듯한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와 한데 어울어졌다. 나는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엄마가 달려와서 말했다.
"여기 있거라. 난 보르드리로 가볼테니까."
그리고 엄마는 뛰어갔다.
나는 우물 곁에 놓여 있던 낡은 돌멩이를 집어 개들을 쫒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로즈 곁에 남아있었다. 로즈는 희미한 목소리로 다시한번 울부짖었다. 그래서 나는 로즈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릴 수 있도록 로즈에게 말을하기 시작했다. 나는 로즈가 떠난 후에 일어난 일들을 모두 들려주었다. 굶주림과 갈증, 늪 바닥에 다 말라 비틀어진채 죽어있던 개구리들, 그리고 목이 말라 입을 헤벌리고 있던 브느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 집앞에서 두 손을 마주잡은 채 멍하니 앉아서 하염없이 먼 곳을 바라보던 엄마에 대해서도, 엄마가 자기 집에 와서 살기를 바라는 앙뜨완느,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바닷가, 어떤 나라에서는 온종일 내리쬔다는 태양과 그 나라의 풍경들, 야생 시클라멘을 따라가면 아카시아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는것도, 그리고 하늘로 뻗어오른 포도나무 이야기도 했다.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소나기는 대지를 세차게 때리고 있었고, 고랑의 물들은 우물로 콸콸 쏟아져 흘러들었다. 그래서 나는 로즈에게 엄마가 도움을 청하러 갔으니 곧 엄마가 로즈를 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무엇이라도 할수 있으니까 단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말했다.
"조금만 더 참아, 로즈."
그러면 로즈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울었다. 나는 다른 것들도 얘기했고, 시간이 흘러갔고, 나는 다시 말했다.
"조금만 더 참아, 로즈."
그러나 로즈는 결국 죽어버렸다. 나는 무서워서 로즈에게 내가 얼마나 로즈를 사랑하는지, 우리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도망친 로즈의 행동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것인지 모른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이제 로즈는 언제까지라도 우리집에 있을 수 있고, 나도 곧 일을 하니까 아마 로즈를 다시 살 수 있을것이라고 말햇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지자 나는 로즈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도록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다시 되풀이했다. 그동안에 비는 그쳤다.
한참시간이 지나서야 남자들이 우물에 빠진 로즈를 꺼내기 위하여 도르래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들은 우물을 비추어보더니 말했다.
"죽었군."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눈 먼 나의 송아지, 우리와 함께 살고싶어서 되돌아왔다가 죽어버린 나의 로즈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가 가고 난 뒤, 나는 내가 공부를 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사물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며 한번도 바다를 본적이 없는 내가 라 로쉘에 가서 바다를 보게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훗날 언젠가 돌아와서 엄마를 데리고 바다를 보러가고, 포도나무가 하늘까지 치솟아 오른 곳으로 가서 시냇가의 아카시아 숲에 돋아있는 야생 시칼라멘의 향기를 쫒아 언제까지나 그 숲을 헤메고 다닐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이 낡은 집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또 바람에 휘날리는 버드나무도, 언덕도, 한밤중에 울부짖는 여우들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와 영원히 함께 살고싶다고.... 이런 생각을 하니 나의 가슴은터질것만 같았다.
나는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엄마는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술잔 세 개를 씻고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가서 자거라."
가끔 엄마가 남의 집에 일하러가지않고 집에 있는 날이면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진흙을 튀기며 자동차를 타고 왔다. 그들은 투덜대며 말했다.
"당신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이렇게 왔지. 제니 라 폴."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떠들어댔다. 그들은 이번 비때문에 농장이 늪지로 변해버렸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를 쉬지않고 늘어놓았다. 그들은 빵집주인이 빵을 제대로 달줄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빵집 주인은 저울에 빵을 올려 놓고는 눈금이 약간 모자랄 때에는 빵 조각을 조금 더 올리고는 다른사람이 눈금을 읽기도 전에 그것을 봉투에 담아버린다. 그런데 아무도 그에게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는 항상 도둑질을 하는거나 다름없다. 그들은 싼값으로 햄을 파는 정육점 주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니 당신도 알지, 그런 햄들이 어디서 오는건지 말야, 덴마크, 바로 덴마크에서 오는거라구. 이곳에서는 도대체 햄이라고는 만들지 않으니. 그들은 다른 농장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앙뜨완느도 화제에 올랐다. 그는 품위가 없어. 제니 당신도 알거야, 그 누이하고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말야, 정말 그랬대. 자기 누이에게 애까지 낳게 하지 않았어. 그리고 어쨌는지 알아? 그 애를 뒷간에다 묻었다구, 사실이야. 그리고 그 누이가 죽었지. 결국 죄값을 받은거지. 지난번 누가 그러는데, 그가 낡은 우물속에 누이를 던졌다더군.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는 좋은사람이 아냐. 그러니 당신도 조심해. 그렇게 평판이 나쁜사람은 가문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엄마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곧장 집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키가 크고 덩치가 컸으며 위압적이었기 때문에 할머니가 들어서자 집안이 가득차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지팡이로 낡은 찬장과, 한쪽이 떨어져나간 침대, 그리고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슨 식탁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집시가 다 됐군. 넌 고을에서 가장 가문이 좋은 우리 집에 먹칠을 했어. 사생아를 낳았으면 됐지 또 뭐가 모자라서 가장 천한 그 집으로 가서 살겠다는거냐. 좀 신중해라. 사람들이 너를 뭐라고 부르는 줄 아니? 제니 라 폴이라 하더구나. 제니 라 폴. 정말 꼭 맞는 말이지. 난 널 정신병원에 가두어둘수도 있어. 자유로운 미치광이는 세상사람들의 주의를 끌지만 정신병원에 감금된 미치광이는 모두들 잊어버린다구."
"난 누가 내 아버지인지 알고 싶어요."
엄마가 말했다.
"조용히 하거라."
그러나 난 다시 말했다.
"저도 내일 떠나고, 엄마도 내일 떠나잖아요.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싶어요."
잠시 엄마는 가만히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하였다. 거친 두 손을 마주잡고 엄마는 아마 지난날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말했다.
"석공 에르네스트란다."
그제야 나는 모든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이 세상의 온갖슬픔이 나를 짓누르는것 같았다. 나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엄마가 말했다.
"그는 나쁜사람은 아니었단다. 단지 나는 그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그는 길목에서 나를 기다렸던거야. 그는 내게 그런짓을 하면 내가 꼼짝없이 자기와 결혼할 줄 알았던거지. 그게 전부야."
나는 풀밭으로 뛰어나가 토했다. 거기서 나는 버드나무 소리와 언덕과 온 사방을 감싸는 어둠의 소리를 들으며 앉아있었다.
앙뜨완느는 비록 내가 다시는 엄마를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기는 했지만 잘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사람들보다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모두들 엄마가 비정상적이라는 데 동의했고 엄마를 감금하자는데 찬성했으나, 그건 모두들 엄마가 그의 집에 와서 사는것을 못마땅히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엄마에게는 품삯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며 어떤 잡일이라도 시킬 수 있었기때문에, 그리고 그녀 역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미쳤다고했지. 그 의사놈도 그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자는데 동의했어. 그것은 그녀가 그의 집안일을 돌봐주지 않겠다고 했을때의 모욕을 생각했기 때문이야. 모두들 그녀가 비정상이라는 데 동의하기로 결정했지. 순식간에 한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린거야. 그러나 이 앙뜨완느만은 그녀를 위해 사람들과싸웠어. 엄마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엄마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엄마의 보호자였다. 그는 이제 아들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그들을 반대할 수 없었다. 그는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 엄마도 이제 멍한표정을 짓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칠월이 되어 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때는, 두달 전에 태어난 어린 루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는 금방, 엄마를 사랑하듯이 그 애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면 그 애는 집안에서고 집밖에서고 항상 조용히 잠을 잤다. 앙뜨완느는 아기가 이렇게 자그마한것을 보고는 실망했었으나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이 애는 앙뜨완느의 아들답게 금방 자랄거야."
그리고는 그 아이를 트랙터 위로 데리고 가서 작은 의자 위에 앉히곤 하였다.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곧 엄마는 젖을 먹였다. 그리고 아기가 젖을 빨동안 내내 엄마는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만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어린 루이와 엄마는 내가 알지 못하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이루고 있음을 이해하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서글픔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린루이는 너무나 작고 예뻐서, 누구라도 그 애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그애가 사랑받고 있는 모습과, 그리고 엄마를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곧 돌아가신단다."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를 보러 가겠어요."
그리고는 짐수레 뒤에서, 작은 자리를 하나 더 가진 자전거를 꺼냈다. 앙뜨완느가 말했다.
"이 어린것을 함께 데려가거라, 그리고 그들에게 보여줘, 루이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그건 사실이었다. 내 어린동생 루이는 정말 잘생겼다. 그애는, 새까맣고 온통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에,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보는 초록색의 커다란 눈을 하고 있었고, 항상 웃고 있었다. 그 애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엄마에게도 다가가는것을 겁내지 않았고, 조금도 거리낌없이 엄마의 품속에 뛰어들어 엄마를 사랑하였다. 산다는데에서 갖는 모든 행복이 루이로 하여금 행복한 얼굴을 갖게 하였고, 행복한 두 눈으로 세상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보게했다. 나는 그 애를 사랑하였다.
"어린 루이를 데려왔어요, 할아버지. 이 애는 할아버지를 닮았어요."
그건 사실이었다. 할아버지는 그 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잘생겼구나, 정말 잘생긴 녀석이야, 엄마에게 정말 잘생겼다고 전해주렴."
그리고는 또 말했다.
"이 애를 사촌형제들에게 데려가거라. 이런 모습은 이렇게 어린것이 볼 것이 못돼. 이곳은..."
나는 어린 루이를 할머니의 커다란 부엌에 모여있는 사촌 형제들에게로 데려갔다.
방으로 돌아오자, 할아버지는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엄마는 늘 노래하고 웃고 다니던 착하고 예쁜 소녀였다. 엄마는 항상 상냥했고 행복해 하여서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사랑했다. 오직 아들만 좋아하는 할머니만을 제외하고는. 그리고는 바로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앙뜨완느가 엄마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것과,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예쁜아기까지 낳고 사는 것에 대하여 매우 흡족해했다. 나는 아기가 엄마를 닮았으며, 엄마도 매우 만족해하고, 예전에 그 낡은 오두막에서 살 때처럼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내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슬퍼하지 말아라, 마리. 이제는 어린 동생이 있잖니."
그러자 나는 갑자기 사촌형제들에게 데려다 놓은 루이가 생각났다. 나는 급히 방에서 나와 그 애를 찾으러 갔다. 루이는 부엌에 없었다. 그때 창고 근처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미친듯이 달려갔다. 사촌들은 어린 루이를 커다란 통 아래 내려놓고 술통의 수도꼭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있엇다. 그리고는 내가 오는 것을 보자 어린 루이를 열린 술통의 꼭지아래 내팽개치고는 달아나버렸다. 나는 내 어린 동생을 안았다. 그리고 다시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등을 두드려주었다. 루이는 술로 온몸이 젖어 있었고, 몹시 창백했다. 그리고 가늘게 신음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미친듯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루이가 마신 술때문에 몹시도 겁이 났다. 그 애의 몸이 크리스마스의 추위 속에서 온통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앙뜨완느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에게 모두 이야기했다. 엄마는 루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몸을 덥게 해주었다. 그리고 토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루이는토하지 않고 끙끙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루이의 얼굴은 창백하다못해 푸른빛이 돌았다. 나는 말했다.
"의사를 불러야겠어요."
엄마는 말했다.
"오지 않을거야."
나는 언젠가 엄마가 그의 집에서 일하며 살 것을 거절했었던 일이, 그리고 그가 엄마를 가두어 버리려 하였던 일이 생각났다. 엄마는 어린 루이를 품에 안아 진정시키고, 잠을 재우려고 노래를, 슬픈 노래를 불러 주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는 의사를 부르러 마을로 달려갔다. 나는 그에게 어린 루이가 몹시 아프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서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아, 그래. 제니 라 폴의 아들 말이로군. 그래, 그 애 얘긴 들었지."
나는 말했다.
"네, 어린 루이 말이예요."
그리고 다시, 그 애가 지금 몹시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서 서둘러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는 언제쯤 갈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시골 농가에, 아주 먼곳에 급한 환자를 보러 가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틀림없이 루이를 보러 오기는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마음속 가득 증오와 저주를 퍼부으면서 그곳을 떠났다. 그 다음날 그가 도착했을때에는 어린 루이는 이미 죽어있었다. 루이는 상아빛 작은 얼굴에, 새까만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품에 루이를 안고 노래를 부르며 부드럽게 흔들어 주었다. 어린아이의 눈물을 흘린다는 교회종에 대한 옛 노래를 부르며.
밤이 되었다. 앙뜨완느는 석유통을 가지고 할머니 집과 창고를 태우러 갔다. 그러나 창고만 불에 타버렸다. 젖소들은 멀리 들판에서 울부짖었다.
사람들이 관에 넣기 위해 엄마에게서 어린 루이를 떼어내자, 엄마는 주일날 신는 구두를 찾으러 갔다. 엄마는 그것을 깨끗하게 왁스로 닦고는 모직 헝겊으로 반질반질하게 윤을 냈다. 또 왁스칠을 하고 또 윤을 냈다. 그리고는 가장 좋은 원피스를 다렸다. 그리고 나서, 깨끗하게 씻고 머리를 빗은 다음, 그 원피스를 입고 구두를 신었다. 엄마는 어린 루이 곁에 손과손을 맞잡고 무언가를 기다렸다. 앙뜨완느가 방에 들어와서 이제 좀 쉬라고 말하자, 엄마는 방을 나가서 문 앞의 긴 의자에, 잘 다림질한 원피스와 잘 닦은 구두를 신은 채 가만히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어린 루이는 할아버지와 같은 날 땅에 묻혔다. 죽은 어린 루이 주위에는 앙뜨완느와 엄마, 그리고 나 뿐이었다. 묘지에서 나오자, 마을헌병들이 앙뜨완느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엄마는 옷을 갈아입었다. 더럽고 지저분한 집안을 청소하고는 닭들과 젖소들을 돌보았다. 평소처럼. 평소와 아주 똑같이...
이 모든 일들을 다 끝내고 난 뒤, 엄마는 잠시동안 농가의 뜰과 집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불가에 앉아, 축축한 짚으로 가득 채워진 고무장화를 벗었다. 그리고 나서 두 발을 미지근한 대야에 담그고, 성냥개비로 발뒤꿈치 틈새에 끼인 더러운 때를 긁어냈다. 나는 벽난로 아래 앉아서 엄마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나는 엄마에게로 다가가서, 엄마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하고싶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아주 창백한 얼굴빛을 하고, 모든것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화장을 약간하고, 아침에 입었던 그 원피스를 다시 입었다. 그리고 윤이 나게 닦은 구두를 신고는 버드나무 아래 우리들의 낡은 집을 향해서 떠나갔다.
사람들이 엄마를 도르래로 우물에서 건져냈다.
내가 이 사실을 알리러 할머니에게 갔을 때, 할머니는 말했다.
"그것을 가두어 두었어야 하는건데, 내 말이 옳았어."
엄마는 루이 곁에 묻혔다. 엄마가 묻히던 날, 엄마 곁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얼마동안 마을 사람들은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해댔다. 사람들은 엄마와 루이의 이야기를 하다가는 항상 이렇게 말을 맺었다.
"제니 라 폴이라 부른게 역시 헛말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