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 천장에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리.타.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쪽 양말을 신고 서 있는 사 피트 십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으로는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안에서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뭐라구요?" 얼굴을 찌푸리며 로가 말했다. "그 뚱뚱한 치과 의사? 아빤 나를 몸가짐 헤픈 어떤 애와 혼동하시나봐" 그리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그런 헤프고 귀여운 것들은 얼마나 잊기를 잘하는지, 몽땅 다 잊는다. 사랑에 빠진 우리 늙은 연인들은 그들, 님펫의 아름다움을 단 한 개도 놓치지 않고 간직하는데.
나는 그녀를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분명히, 내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만큼 그렇게 분명히 나는 그녀를 내가 본 어느 것보다 사랑했고, 지구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어떤 희망보다 더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단 하나의 희미한 바이올렛 향기였고, 과거에 내가 그렇게 울며 찾아 헤매던 님펫의 죽은 메아리였다. 그녀는 하얀 하늘 아래 먼 숲, 황갈색 계곡 가장자리에 사는 메아리이고 시냇물을 막는 갈잎이며 바삭거리는 잡초 속의 한 마리 마지막 귀뚜라미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가 숭배한 것은 메아리만은 아니었다. 내 가슴의 엉킨 핏줄 속에 내가 실컷 불어넣었던 것, 나의 엄청나고 찬란한 죄는 정수만 남았다. 척박하고 이기적인 악덕을 나는 모두 취소하고 저주했다. 여러분은 나를 조롱하고 법정을 모독하지 말라고 야단을 하실 테지만 재갈을 물리고 반쯤 죽는다 해도, 나는 내 가난한 진실을 외쳐댈 것이다. 내가 얼마나 롤리타를 사랑했는지 세상 사람들은 알아야만 한다. 롤리타, 창백하고 더럽혀지고 다른 사내의 아이로 배가 부른 여자, 하지만 여전히 잿빛 눈에 검은 속눈썹, 여전히 붉은 갈색에 아몬드빛, 아직도 칼멘시타, 여전히 나의 것. 인생을 바꾸자, 나의 카르멘이여, 어느 곳이든지 결코 우리가 헤어질 수 없는 곳에 가서 살자꾸나. 오하이오? 매사추세츠의 황야? 그녀의 두 눈이 근시안의 물고기로 퇴색해도, 그녀의 젖꼭지가 부풀어오르고 갈라져도,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젊은 삼각주가 찢기고 더럽혀진다 해도,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의 사랑스런 창백한 얼굴이, 목쉰 젊은 음성이 그저 스치기만 해도, 사랑으로 가득 차올라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의 롤리타.
넌 정말, 정말이지, 물론 내일은 아니고, 모레도 아니고, 하지만, 그래, 어느 날, 어느 때든지, 나와 함께 살지 않겠니? 만일 네가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주기만 한다면 나는 새로운 신을 창조하여 가슴으로 울며 감사할 거야
때때로 롤리타가 두 다리를 편안한 의자 팔걸이에 걸치고 연필을 빨며 되는 대로 숙제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교육이 길러준 모든 자제를 털어 버리고, 우리들의 모든 다툼을 치워 버리고, 남자로서의 자부심도 잊고 – 네 의자까지 나는 글자 그대로 기어 간다, 나의 롤리타여!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끔찍스러운 점은 이것이었다. 우리의 특이하고 짐승 같은 동거 기간에, 결코 남과 다를 바가 없는 롤리타가 아무리 비참하다 해도 가족과의 삶이 내가 이 고아에게 줄 수 있었던 최선의 삶, 이 근친상간의 패러디 같은 삶보다는 더 나았으리라는 것을 점차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날 만지면 그대로 죽을 것 같다. 넌 정말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니? 같이 갈 희망이 전혀 없는 거야? 그것만 말해줘.」
「네.」그녀는 말했다. 「네, 여보. 전혀 없어요.」
그녀는 전에 한번도 나를 여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가지 않아요, 그건 분명해요. 큐에게 돌아가는 게 차라리 나아요. 제 말은―」
그녀는 이 상황에 알맞은 말을 찾고 있다. 내가 마음속으로 그 말들을 대신 해준다.(<그는 내 마음을 망가뜨렸고, 아빤 그저 내 삶을 망가뜨렸어요.>)
우리는 다시 엉겨붙어 몸싸움을 시작했다. 바닥 위에 나뒹굴었다. 못 말리는 두 아이들처럼. 가운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의 알몸은 호색적이었고, 나를 덮칠 때는 숨이 콱 막혔다. 이번엔 내가 그를 덮친다. 우리는 나를 덮쳤다. 그들은 그를 덮쳤다. 우리는 우리들을 덮쳤다.
너의 남편, 딕에게 진실해라. 다른 사람들이 너를 만지지 못하게 해라.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마라. 네 아기를 사랑하기를 빈다. 그 아기가 사내였으면 좋겠다. 너의 남편이 늘 네게 잘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처럼, 미친 거인처럼, 나의 유령이 그에게 나타나 신경을 산산조각 낼 것이다. 그리고 클레어 큐를 동정하지 마라. 사람은 그와 험버트 험버트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만 했고, 또 험버트가 몇 달이라도 더 살기를 원했다. 그렇게 해야 험버트가 너를 후세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놓을 게 아니냐. 나는 들소와 천사들, 오래가는 그림물감의 비밀, 예언적인 소네트,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너와 내가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불멸성이란다, 나의 롤리타.
[출처] <롤리타>, 나의 죄, 나의 영혼|작성자 yejina0226
[출처] <롤리타>, 나의 죄, 나의 영혼|작성자 yejina0226
[출처] <롤리타>, 나의 죄, 나의 영혼|작성자 yejina0226
[출처] [롤리타] 험버트가 되어 _ 가장 격정적이면서 아름다웠던 책 |작성자 movook
[출처] [롤리타] 험버트가 되어 _ 가장 격정적이면서 아름다웠던 책 |작성자 mov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