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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8 ㅎㅎ
  2. 2013.07.27 미쉘 판
  3. 2013.07.26 Marcelo D2 - A Procura da Batida Perfeita
  4. 2013.07.21 마녀사냥
  5. 2013.07.21 입속의 검은 잎
  6. 2013.06.29 휴먼코미디 1
  7. 2013.06.29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8. 2013.06.29 두번째 신혼여행
  9. 2013.06.29 워낭소리
  10. 2013.06.29 네가 어떤삶을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것이다

ㅎㅎ

2013. 8. 28. 13:17 from 시, 글귀

살아보지 못한 삶도 삶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희망에 희망을 더하는거랑 슬픔에 슬픔을 더하는거랑 마음속 결론은 똑같은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왔다. 인생의 많은 일들, 그 일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는 가장 인간적인 메세지는
'오늘밤 푹 자고 나면 내일은 더 나으리라' 그 이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한다는 것은 손잡고 다정하게 하는게 아니란걸 알게 된거죠. 내가 지금 큰 변화를 원하고 있는데 내 삶은 행복하고 안전하고 인간적이라면 그건 이상하단걸 알게된거죠. 우선 내가 행복하지 못하니까 세상과 싸우는거지 나는 행복한데 남을 위해 뭔가 한다는것은 틀린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예요.
<그림자 군단>에는 자기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려는 사람을 처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와 비슷하게 비정함, 비인간적인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덕목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세상은 즐겁고 행복하게 바뀌는것이 아니고 세상을 바꾼다는것은 진짜 무서운 일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택, 그건 비참한 선택이고 그런 줄 알면서도 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삶이 우아하지 않다는걸 알려준 영화라고 할수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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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웅냐돼지 :

미쉘 판

2013. 7. 27. 14:58 from 카테고리 없음
 


Posted by 웅냐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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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2013. 7. 21. 08:25 from 카테고리 없음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는것은 어쩌면 두렵기 때문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틀림없이 그래. 두려우면 보호해줄것이 필요하지. 무엇때문에 두려운지 모르면 두려움을 막아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해. 하지만 그게 자기힘에 부치는 것이면 안돼. 뭔가 잘못되면 악마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편이 간단하지. 하지만 악마는 태워죽이거나 맞싸울 수 없어. 그래서 자기보다 약해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태워죽이거나 괴롭히는거야.


그들이 그렇게 한것은 비겁하고 나약하기 때문이야. 그들은 힘을 갖고 있었어.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나약하단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것이 나았겠느냐? 다른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속에 끼어있는 어머니냐?


하지만 나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단다. 그것이 내 강점이야. 병든사람을 고쳐줄때마다 난 자신의 화형대에 장작한개비를 더 올려놓는다고 할수 있다. 그리고 내게 와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 모두 그 장작더미에 불을 붙일 사람이 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어떤 사람이 괴로워하거나 죽어가도록 내버려둬야할까?

... 나도 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두렵기때문에 그렇게 하는거야. 누가 감히 약한 사람 편에 서려고 하겠느냐. 사람들은 모른채 하거나 아니면 가장 강한 집단과 한패가 되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힘을 갖게되고, 온 힘을 다해 그 힘에 매달리지. 하지만 부모들이 겁이 많고 나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고통받게 내버려두어야할까? 


과거는 계속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한, 과거는 계속 마음속에서 부풀어올라 너를 다른사람으로 만들고 말거야.

그러면 너는 결국 네가 지금 경멸하는 사람들, 제 마음속의 두려움때문에 외로운 사람들과 똑같이 되고 만다. 


대중들? 그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산더미같은 편견에 얽매여 그것을 참이라 여기지. 그들은 생각하는법을 배우지 못했고 책임을 자기안에서 찾는법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속죄양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속죄양을 찾아내지. 그러면 어떤일이 벌어지는지 너도 알고있지. 


난 집에서 도망쳤다. 목사자리에서 도망쳤고, 관청으로부터 도망쳤고, 또 도망쳤다고 나를 괴롭히는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도망쳤다. 나중에는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엇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여기 머물기로 결심했던거야. 그들은 나를 잡으러 올수도있고, 고문할수도 있다. 하지만 또다시 도망치게 하지는 못해. 정말 안전한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사람은 자리에 머물면서 싸움을 받아들이게 된다. 너도 어느날 그렇게 될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너무 어리다. 사람은 싸움을 받아들일 수 있기 전에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을 움직이는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Posted by 웅냐돼지 :

입속의 검은 잎

2013. 7. 21. 08:03 from 시, 글귀

또 어떤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의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데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것인가.

-오래된 서적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흔해빠진 독서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길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대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말라, 나는 곧 무너질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위에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것일까, 돌아갈수조차 없이
이제는 이제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위에서 인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길위에서 중얼거리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높은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위에 닿을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은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다른 세상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것이다.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수 없는

이유는 생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포도밭 묘지2中


내 얼굴이 한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메이는 

가지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있는

단단한 몸통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갖혔네

-빈집


네 속을 열면 몇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때마다 또다른 모습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울고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있어, 네 속을 열면.

-밤눈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왔다


살아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있지 않은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수 없는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 나리 나리 개나리 


내 유년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의 무릎에 뉘고 무딘 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한다. 자정지나 앞마당에 은빛금속처럼 서리가 깔릴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하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가득 풀풀 수십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 겨울판화 


잃어버린것들은 찾지 않네. 그럴만큼 시간은 여유가 없어.

잃어버려야할것들을 점검중이지, 그럴만큼의 시간만 있으니까.

아무리 조그만 나프탈렌처럼 조직의 서랍속에 숨어있어도

언제나 나는 자네를 믿어왔어, 믿어주게.


그 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을 등을 기댄 채 큰 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우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거구. 풍병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 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매셨다.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 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 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 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방죽에서 나는 한참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 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츄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소리를 냈다. 츄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고등학교라도 가야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뎅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깍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 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에요.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우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지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티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선 석유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하시고 굳은 혀. 어느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바라기 씨앗 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서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가계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저 동지의 불빛 불빛 불빛.

-위험한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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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웅냐돼지 :

휴먼코미디

2013. 6. 29. 07:01 from 시, 글귀

율리시즈, 아빠는 이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아빠를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수는 없단다.


넌 모든게 달라졌단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도 사실이야. 

네가 외롭다고 느낀는 것은 이제 어린애가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은 항상 그런 외로움으로 가득차 있단다.


코는 언제나 인류를 곤혹 속에 빠뜨리곤 했습니다. 히타이트인들은 아마 그들의 코가 크고 구부러져 있었기 때문에 항상 다른 민족들과 싸웠을 것입니다. 해시계를 누가 발명했는지 따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머지 않아 누군가 손목시계를 발명했을 게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코를가지고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학교란 아이들을 거리로 나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곳이니까. 결국은 모두 거리로 나가야 하는데도 말이야.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세상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단다. 세상엔 깜짝 놀란 아이들로 가득 차 있고, 또 그런 아이들이 서로를 놀라게 하는 것 뿐이야. 잊지말거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없어 쓸쓸하다오. 난 언제나 당신 생각만 하고 있소. 편지 자주 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날 기다려 줘요. 날 잊지 말아요. 내가 당신을 잊지 않는 것 처럼 당신 또한 날 영원히 잊지 말아요.


전 이런 세상이 싫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갈피를 못잡고 모든 일이 뒤죽박죽 되어 버려 우스운 농담이라도 하지 않을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전 살아있는 동안에는 누구라도 어느정도의 즐거움은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럴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점잖게 있을 수가 없어요.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예의 바르게 행동 할 수도 없구요.

전에는 어른이 되면 절대 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어른이 되고 나서야 울기 시작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니까 그런가봐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건 거의가 나쁘거나 슬픈 일인것 같아요.


제가 총을 들고 여기까지 온 건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에요. 이해하실지 모르지만 전 제가 만난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의 진심을 알아보고 싶었어요. 어쩌다가 친절을 베푼 건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던 겁니다. 이제 가 봐야겠어요. 제 걱정은 하지마세요. 전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폐병 따위로 죽지도 않을 거구요. 꼭 살 거예요. 살아서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인지를 꼭 배우고 말 거예요.


연민..널 울게 만든 건 바로 연민이었을 거야. 그게 없는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닌 거지. 세상의 고통을 보고도 울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반쪽만 사람일 뿐이야. 세상에는 언제나 고통스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알게 되었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어. 좋은 사람은 세상의 고통을 짊어질 줄 알지만 바보는 자신이 당하고있는 고통만 보지. 그리고 악한 사람은 세상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이라서 가는 곳마다 고통의 씨앗을 뿌리지. 그러나 사람은 누군든 죄인이 아니란다. 그 누구도 이 세상에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저절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 사람은 사람에게서 태어나는 거란다. 악한 사람은 자기가 악하다는 걸 모른다. 악은 그들이 단지 불운했기 때문이야.


당신께서 하실 수만 있다면 저를 이타카로 보내 주옵소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조옵소서. 모든 이들을 돌보시고 고통에서 건져 주옵소서. 집 없는 이들에게는 집을 주옵소서. 나그네들에게는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시옵고 저는 이 타카로 보내 주옵소서. 아멘.


사람에 관한 한 무엇이든 아주 신중해야 한다. 네가 보기에는 확실히 나쁜 그 어떤것일지라도 꼭 나쁘다고 확신은 하지 말라는 애기다. 특히 그것이 사람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제가가 어떤 방식으로 살든 그걸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인생의 종말이 가까워지면 자기가 죽은 뒤에도 살아갈 것이 분명한 사람들에게 다정해지는 법이다.


너 자신에게 고마워해야한다. 어떤사람의 됨됨이란 결국 그 사람이 고맙게 여길 수 있고 또 고맙게 여겨야 할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너를 믿어주는 낯선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거야. 그 사람들은 네가 자신을 배신하거나 괴롭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을거다. 또 온 세상이 다 자신을 경멸하더라도 너만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을 것이다. 그걸알아야한다.


만약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면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되고 만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다.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될 뿐이야. 사람이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되면 결국 남는 일은 한 가지 밖에 없다. 그건 떠나는 거다. 자기 육체에서 떠나고. 세상에서 떠나고. 세상사람들에게서 떠나는 것뿐이야.

지금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라. 그 아픔이 죽음 자체가 되면 아픔은 네게서 떠날 것이다. 그러나면 시간이 좀 걸리게다. 그것을 참고 견뎌라. 그러면 네 안에 있는 죽음도 사라질 것이고 집에 가도 될 것이다. 시간을 좀 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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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무도 자신을 100퍼센트 믿지못한다. 그렇기때문에 남을 100퍼센트 믿지 못하는것은 당연하다. 내가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완전히 믿고, 남이 나를 완전히 믿어주기를 바라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이 위험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히 안전한 곳은 없음을 아는것, 세상에는 나쁜사람보다 좋은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믿는것, 우리 모두는 욕망과 충동을 지닌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피해를 입지 않기위해 적절한 룰을 정함으로써 서로를 보호하는것, 다른사람들의 질투나 경쟁심 그리고 원한을 유발하지않기위해 항상 겸손한 자세로 남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것, 그리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때 그저 당하고만 있지말고 적절히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의 피해를 예방하는것 등이 필요하다. 

 

완벽을 추구하는것과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르다.

 

삶과 죽음에는 공평함이 없어요. 당신은 나 대신 당신이 죽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가 지상에서 살때, 다른사람들도 나 대신 죽었어요. 매일 그런일이 일어나지요...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에디에게 파란 사내는 말한다.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라고,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수 없듯이 한사람의 인생을 다른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고.

 

공감은 동정보다 훨씬 더 성숙한 정신기능이라고 할수 있다.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수 있으며, 잠시 그의 마음을 내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의 힘을 필요로 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자아의 경계가 약한 사람들은 공감해야 할 순간에 상대방과 하나로 합쳐져 버린다. 공감을 못하는것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공감받을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해, 공감을 받지도 못한다.

 

누구나 피해자라는 생각에 빠지면 자신을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너희따위가 이런 고통을 알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통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그것을 견디는것을 오히려 낙으로 삼는 경우까지 생긴다.

과거에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처가 있었다 해도, 현재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나 자신에게있다. 내가 아무리 선량한 피해자라고 할지라도 다른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용납될수 있는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외면한채 희생만을 하려 하는것은 자학적 경향으로 병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절대 손해 보지않고 희생을 하지 않으려하면 인생의 중요한 즐거움을 잃어버린다. 생각해보면 다른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희생은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자부심이 있는 사람만이 기꺼이 손해를 감내할수 있기때문이다. 

 

성공하려는 의지보다는 도태되는것에 대한 불안이 앞서게 되면, 일과 삶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부모의 보호 아래 공부만 잘하면 웬만한 잘못쯤은 그냥 용서받을수 있었던 그들은 비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뿐인데도, 그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여 심하게 좌절하고 상처를 입는것이다. 그런 증상이 좀더 심해지면 좋든싫든 직장에서 버틸수밖에 없다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며 우울의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원하는것을 가질수 있다면 그것은 큰 행복이다. 하지만 더 큰 행복은 갖고있지 않은것을 원하지 않는것이다.

 

분명한것은 당신이 다른사람을 믿지 못하는 한 다른사람들도 당신을 믿지 못한다는것이다. 신뢰란 서로 주고받는것이므로.

만일 당신이 스스로 선한사람임을 믿는다면, 당신이 틀릴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나 그 틀림을 수정할 능력도 있으며 틀릴때보다 맞을때가 훨씬 더 많음을 확신할수 있다면, 다른사람도 당신과 비슷하다는것을 알게될것이다. 그러면 당신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불안과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그자리에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상이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끼리 서로 믿고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그래도 살만한 곳임을 알게 될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정말 그렇다.

 

사랑이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것이 아니라, 서로의 욕구를 조율해나가는것.

자신이 행복하면 상대도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진정한 사랑은 배려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비교는 도전정신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배울수 있는 기쁨을 앗아가 버린다. 왜냐하면 비교의 늪에 빠지다보면 어떻게든 남들 눈에 잘보이는게 급선무가 되어 내가 자신있는것, 내가 잘하는것에만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는것, 새로운것, 더 노력해야 하는것등은 시도조차 하지 않게되는것이다.

 

모르는게 더 좋은일, 즉 과거의 연애담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마라. 왜냐하면 그사람이 사랑하는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이며, 내가 사랑하는 그사람 역시 과거의 그가 아니라 현재의 그이기 때문이다. (중략)

어차피 산다는것은 아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평생을 같이 산다 해도 상대의 전부를 알수는 없다. 우리가 함께 할수 있는것은 다만 서로가 알게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같이 치유해나가는것이다. 

만일 당신이 상대에 대해 다 알고 싶다고 말하면서 과거를 캐내려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상대의 과거까지 소유하고 싶어하며 질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그 사람의 지나간 과거를 질투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놔두어라. 현재를 사랑하기에도 우리 삶은 짧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늘어지거나 과거를 현재로 끌여오면 현재마저 악몽으로 변할뿐이다. 무덤까지 혼자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은 분명 있다.

 

애석하게도 사랑은 변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 출발해 사랑을 하는단계를 지나 사랑에 머무르는 단계에 도달하는 하나의 여행과도 같다. 그러므로 열정이 식었다고해서 사랑이 끝난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럴때 '넌 변했어. 이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야'라고 섵불리 규정짓는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라. 그때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한 근거는 무엇이었고, 결국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그또한 당신 나름대로는 오랜 숙고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면, 그것이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정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의 판단력으로는 말도안돼 보이긴 하지만, 그것은 모든것을 경험하고 난 지금의 당신 눈에 비친 그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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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29. 00:41 from 시, 글귀

그는 그녀의 어깨에 두른 숄을 벗겨 벽에 붙은 옷걸이에 걸고 두팔로 여자를 들었다. 여자의 몸은 여전히 빳빳했고, 무릎은 아직도 보이지않는 의자에 앉아 있는듯 구부려 올린채였고, 두팔은 근엄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는 끙끙대며 여자를 냉동고 속에 눕혀놓았다. 그리고 행주를 가져다 조심스레 여자의 얼굴과 손을 닦았다. 따뜻한 바깥공기를 쐬자 허옇던 서리가 녹아 물기가 생겼던 것이다. "당신, 누워있는게 편해? 아니면 옆으로 눕혀줄까?" 그는 마치 대답을 기대하는 듯 잠시 기다렸다가 아무런 대꾸가 없자 명랑하게 말했다. "그럼 잘 자요, 아침에 봅시다." 그는 냉동기 뚜껑을 살며시 닫고는 싱크대에 놓아둔 시가를 집어 흐뭇한 얼굴로 빨며 거실로 갔다. 양탄자에 담뱃재가 떨어지자 빙그레 웃었다. 구태여 치울 필요도 없었다. 미란다가 보았다면 재가 미처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꽥 소리를 지르며 아우성을 쳤을테지만, 이제는 동작 하나하나에 그토록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다.

재는 내일 저녁청소할때 치우면 되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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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2013. 6. 29. 00:29 from 시, 글귀

사람은 몰라도 소는 그게 자신들의 목숨이 가야하는 길인것을 이미 운명적으로 알기때문이었다. 첫새끼를낳다 죽이고, 먹을것하나없이 설명절을 앞두었던 그때 그것을 사람들이 입이아니라 텃밭에 묻을때, 흰별은 이다음 자신의 목숨을 꼭 이렇게 내놓고 싶었다. 떠날때가 되어 어차피 떠나는것이라면 그집에 모든걸 다 주고오고 싶었다.

자신의 머리가 망치에 닿는순간 흰별은 하늘이 열리는 아득한 소리를 들었다.

땅에서 하늘로 올라올때는 처음 멍에를 메었던 날 한밤중에 외양간을 찾아와 위로해주던 클뿔들소의 안내를 받았다.

 

그러고는 사람들은 또 잊었다. 산다는게 그런것이었다.

늘 급한것은 따로있고, 아름답고 애틋한것은 삶의 뒤안길에 있었다.

 

소야, 나는 니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나? 나는 니아버지를 아나? 나는 나를 낳아준 아버지는 모르고 나를 키워준 우리 아버지만 안다. 소야, 나는 사람이 참 싫다. 나를 해파리라고 부르는 사람도 싫고, 나를 바보라고 놀리고 속이는 사람도 싫다. 소야, 나는 사람보다 소가 더 좋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걸으며 니들과 얘기하는게 좋다. 사람들은 나하고 얘기하지 않는다. 내가 가까이하면 벌레같은게 왔다고 다들 저만치 피해앉는다. 내가 그걸 왜 모르겠나. 그러면서 내가 가진것도 다 빼앗아가려한다. 어떤사람인지 내가 벌은돈도 뺏어가고 내 색시도 뺏어갔다. 그래도 나는 나를 두고간 내 색시가 밉진않다. 소야. 니는 나하고 이렇게 걸어 너가 어디로 가는지 아나? 나도 이렇게 걸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이번장날에도 걷고 다음장날에도 절뚝절뚝 또 걷는다. 그러다 언젠가 힘이빠지면 그때는 내가 선자리에 느들하고 걸음을 멈추면 되는거지. 소야...

 

변소 마당에서 급작스레 비명이 터져나왔다. 듣는순간 저건 조선사람이 아니라 일본사람이지 싶었다. 이제까지 그렇게 당장 죽을듯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어본적이 없었다. 이어서 여러사람이 잡아! 잡아! 하고 내뱉는 단말마같은 아우성속에 무언가 우지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새댁은 내처 길을 걸었다. 걷다가 총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았다. 자꾸 눈물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 한 노인이 남새천 옆 냇둑에 세워진 비석들앞에서 말했다. 여기에 후일 충우비를 세우든 의우비를 세우든 그런비석을 세워도 아깝지 않을 소 한마리가 경신년 단오에 목숨을 잃었다고.

예전 우차를 끌던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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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녀가 평생 엄마와 얼굴한번 마주칠일 없다고 해도, 지구상 어느곳 어느 동쪽에서 어떤 엄마가 딸과의 소통이 잘 되지않는 괴로움 속에서 당신의 책으로 우리는 어느정도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는말을 알아들을거라고 생각해.


고통만이 성장하게해주죠. 하지만 고통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겁니다. 궁지에 빠진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은 결정적으로 고통을 놓쳐버리고맙니다. 주머니에 해결책을 가진사람을 조심하고, 당신에게 자기마음을 얘기한 사람외에는 모두 경계하세요... 흘러가게 내버려두십시오. 가야할것은 가게될것입니다..

가야할것은 결국 가고말것이라는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기까지 그 모든것이 혹시 다 내손에 달려있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따라 무언가 달라질까하고 가야할것이 가는시간을 늦추어놓고 말았던 그 시간까지, 엄마는 참으로 많은것을 지불했단다. 가만히 고요하게 있을수 없어서말이야


그래도 모두가 살아내는 또하나의 이유는 오르막은다 올라보니 오르막일뿐인거야. 가까이가면 언제나 그건 그저 걸을만한 평지로 보이거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눈이 지어내는 그 속임수가 또 우리를 살게하는지도 모르지. 


그건 사랑을 믿고 결혼했다가 파국으로 끝나버린것과는 다른거야. 

그 친구들은 모든것의 파국이 왔을때 비참해지고마는거야.

바참이라는것은 결코 물질의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야.



비록 부질없고 싸구려 연대감이지만 고독을 그것과 바꾸고싶을때도있고, 형편없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좋으니 겉치레라도 그들과 함께 고독을 나누고 싶을때가 있는법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시간들이 고독이 자라나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있어야할것은 하나뿐입니다. 고독, 크고도 내적인 고독뿐입니다. 


당신이 원하는것은 안도하는것입니다. 치유란 늘 고통스러운것이니까요.. 당신은 아무도 사랑하고있지않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기대라는 관념을 사랑하고 있는것입니다. 당신은 결코 누구도 신뢰하고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따름입니다.


물론 엄마는 충분히 불행했을때도 변화하기가 두려웠단다. 왜냐하면 고통보다 더 두려운것은 미지이기때문이지. 설사 여기서 괴로움이 있다해도 그것이 내가 아는것이라면 그게 더 나았던거야... 그때 엄마는 어렴풋이 알게되었딴다. 유대인들이 목숨처럼 움켜쥐고있던 율법을 다 부수고, 새계명을 내뿜으며 변하라고 외치던 예수라는이에게 왜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은 이들이 몰려들었는지말이야.


비난하지않고 과거의 어리석고 못나고 나쁘고 꼴도보기싫은 내 자신을 잘대해주려고 노력하는데서 그 힘은 왔단다. 어떻게든 그런 내 자신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려는데서 엄마는 일어설수있는 힘을 얻었어.. 이제와서 누구와 화해하며 누구를 용서할수있겠니? 엄마는 죄책감따위는 날려보내고 반성을 택한거야. 죄책감은 우리를 병들게하고 반성은 우릴 변화시킬 힘을준다.



위녕, 아직 젊은 너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구나. 반복이 일상화되었기때문이라고말이야. 네나이때는 처음해보는일이 처음해보지 않은일보다 많겠지만 엄마나이가되면 처음해보는 일이라고는 일년에 손을꼽을 정도이지. 그게 사물이든 감정이든말이야. 여행을떠나면 왜 시간이 길게느껴지는지 이해가 되었어. 낯선것이 멀게느껴지는것도말이야. 그렇다면 시간조차 공평치 않은걸. 삶을 길게산다는것은, 오래산다는것은 시간의 잔인함에 내맡겨진 일만이 아니라는것을 이제 엄마는 알게되었단다.


두려워할것은 두려움 그자체뿐이다


우리는 나이들수록 의문을 품지않고 질문을 하지않는경향이 있다. 자신이 배운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게되면 어느날 살아가는것이아니라 살아지는것이된다. 절대적이고 당연한 가치들이 존재하는곳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란 쉽지않은 일이기때문이다.


자기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싶지않을때 세상에서 가장 쉬운일은 도피처를 찾는일이란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라도 이런길이 있다는것은 우리를 위로한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인생은 상처는 받지 않을지 모르지만, 다른 어떤것도 받아들일수가 없어. 더욱 황당한것은 상처는 후회도 해보고 반항도 해보고나면 그 후에 무언가를 극복도 해볼수있지만 후회할 아무것도 남아있지않았을때의 공허는 후회조차 할수없어서 쿨하다못해 서늘해져버린다는거지.. 그건 분명 상처는 아니지만 공포라고, 엽기라고,말이야. 상처는 분명 아픈것이지만 오직 상처받지 않기위해 세상을 냉랭하게 살아간다면 네 인생의 주인자리를 상처라는자에게 몽땅 내주는거니까말이야. 상처가 네 속에 있는건 하는수없지만 네가 상처뒤에 숨어있어서는 안되는거잖아.


네가 사랑하는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의미든 너와 닮은 사람일것이다. 자기속에 있는것을 알아보고 사랑하게 된것일테니까. 만일 네가 미워하거나 싫어하는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와 어떤의미든 닮은사람일것이다. 네속에 없는것을 그에게서 알아볼수는 없을테니까말이야. 하지만 네가 남에게 사랑을주든 미움을주든 그결과는 고스란히 네것이 된다.


사람들은 사건때문에 혼란에 빠지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사건에대한 표상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죽음이 끔찍한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있는 표상이 끔찍한것이고 깨어진 꽃병 자체가 끔찍한것이 아니라 우리가 꽃병을 동일시하여 꽃병이 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온마음으로 꽃병에 집착하는것이 상처를 입히는것이다.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자체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게 아니라 돈은 꼭 필요하며 돈없이는 살수없다는 생각이 상처를 입힌다.


사랑이 나에게 상처입히는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넓은 사막에 혼자 버려진것처럼 방황하겠습니다.

넘치도록 가득한 내 젊음과 자유를 실패하는데 투자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사람이 행복하거나 진정한 사랑을하거나 숭고한 일을 하는것을 보면 그사람은 울지않아도 우리는 운다. 왜그럴까 생각해보니까, 어떤사람에게 생겨난 특별한 슬픔을 우리는 다 가지고있지 않지만, 어떤사람에게 있는 특별한 사랑과 행복, 혹은 숭고함은 우리 모두에게 이미 공평하게 나누어져있어서 그런게 아닐까생각하게 되었단다.


너희들이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가 인류가 탄생한이래 수천만년동안 계속되었지만 누구에게든 가슴이 미어지고 절절한 그런소리였듯이 그렇게 너와나도 헤어져있다가 다시 만났잖아.


신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기를 기다리신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으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테지. 넌 우리가 너 없이 잘살수있을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할수있게 해주신거야.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았고 하나가되었지. 단순한거란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온다.아니, 어쩌면 불공평하게 오지. 

착하게사는사람에게나 나쁘게사는사람에게나 공평하게 닥치니까.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불행을 함께 한탄하는것을 다른사람을 위로한다고 착각할때가 많아. 진정한 우정은 그의 성취에 그런 성공에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줄수 있는가 아닌가에있고, 이런일은 대개는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좋아하고 행복한, 스스로와 스스로의 삶에 긍정의 눈을 뜨고있는 그런사람들만이 해낼수 있더구나.


사랑은 누군가를 아프게하는게 아니란다.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하지않아. 다만 사랑속에 끼워져있는 사랑아닌것들이 우리를 아프게하지. 누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너를 아프게한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란다. 사랑이 상처를 허락한다는 엄마의 말은 속수무책으로 상처입는다는 말이 아닌것을 너도 알거야. 상처를 허락하기위해서는 상처보다 네 자신이 커야하니까. 허락은 강한자가 약한자에게 하는거니까말이야.


네가 학교를 휴학하고 배낭여행을 가고싶다고 했을때 엄마가 너를 말린 이유도 같은이유였어. 라인홀트 메스너라는 이사람이 젊을때부터 그저 떠나고싶으면 떠나는 그런사람이었다면 이사람의 글도, 이사람의 고난도 우리와는 아무상관이 없었을테지. 붙박여있기만한 삶도 떠돌기만하는삶도 실은 그 뿌리는 같다. 그것은 두려움과 무책임이다.


사람은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보다 사람이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든것을말이야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사람은 상처받지않아. 후회도 별로없어. 더 줄것없이 다주어버렸기 때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사람의 몫이란다


대부분의 '해야한다는 성명서'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할 수있는것 이상의것을 요구하기때문에 실망을준다. 누군가 자신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을때, 자신의 비현실적 기댈르 탓하는것이 아니라 감정이 상해서 상대를 지목하고 그를 독선적으로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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