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녀가 평생 엄마와 얼굴한번 마주칠일 없다고 해도, 지구상 어느곳 어느 동쪽에서 어떤 엄마가 딸과의 소통이 잘 되지않는 괴로움 속에서 당신의 책으로 우리는 어느정도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는말을 알아들을거라고 생각해.
고통만이 성장하게해주죠. 하지만 고통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겁니다. 궁지에 빠진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은 결정적으로 고통을 놓쳐버리고맙니다. 주머니에 해결책을 가진사람을 조심하고, 당신에게 자기마음을 얘기한 사람외에는 모두 경계하세요... 흘러가게 내버려두십시오. 가야할것은 가게될것입니다..
가야할것은 결국 가고말것이라는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기까지 그 모든것이 혹시 다 내손에 달려있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따라 무언가 달라질까하고 가야할것이 가는시간을 늦추어놓고 말았던 그 시간까지, 엄마는 참으로 많은것을 지불했단다. 가만히 고요하게 있을수 없어서말이야
그래도 모두가 살아내는 또하나의 이유는 오르막은다 올라보니 오르막일뿐인거야. 가까이가면 언제나 그건 그저 걸을만한 평지로 보이거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눈이 지어내는 그 속임수가 또 우리를 살게하는지도 모르지.
그건 사랑을 믿고 결혼했다가 파국으로 끝나버린것과는 다른거야.
그 친구들은 모든것의 파국이 왔을때 비참해지고마는거야.
바참이라는것은 결코 물질의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야.
비록 부질없고 싸구려 연대감이지만 고독을 그것과 바꾸고싶을때도있고, 형편없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좋으니 겉치레라도 그들과 함께 고독을 나누고 싶을때가 있는법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시간들이 고독이 자라나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있어야할것은 하나뿐입니다. 고독, 크고도 내적인 고독뿐입니다.
당신이 원하는것은 안도하는것입니다. 치유란 늘 고통스러운것이니까요.. 당신은 아무도 사랑하고있지않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기대라는 관념을 사랑하고 있는것입니다. 당신은 결코 누구도 신뢰하고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따름입니다.
물론 엄마는 충분히 불행했을때도 변화하기가 두려웠단다. 왜냐하면 고통보다 더 두려운것은 미지이기때문이지. 설사 여기서 괴로움이 있다해도 그것이 내가 아는것이라면 그게 더 나았던거야... 그때 엄마는 어렴풋이 알게되었딴다. 유대인들이 목숨처럼 움켜쥐고있던 율법을 다 부수고, 새계명을 내뿜으며 변하라고 외치던 예수라는이에게 왜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은 이들이 몰려들었는지말이야.
비난하지않고 과거의 어리석고 못나고 나쁘고 꼴도보기싫은 내 자신을 잘대해주려고 노력하는데서 그 힘은 왔단다. 어떻게든 그런 내 자신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려는데서 엄마는 일어설수있는 힘을 얻었어.. 이제와서 누구와 화해하며 누구를 용서할수있겠니? 엄마는 죄책감따위는 날려보내고 반성을 택한거야. 죄책감은 우리를 병들게하고 반성은 우릴 변화시킬 힘을준다.
위녕, 아직 젊은 너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구나. 반복이 일상화되었기때문이라고말이야. 네나이때는 처음해보는일이 처음해보지 않은일보다 많겠지만 엄마나이가되면 처음해보는 일이라고는 일년에 손을꼽을 정도이지. 그게 사물이든 감정이든말이야. 여행을떠나면 왜 시간이 길게느껴지는지 이해가 되었어. 낯선것이 멀게느껴지는것도말이야. 그렇다면 시간조차 공평치 않은걸. 삶을 길게산다는것은, 오래산다는것은 시간의 잔인함에 내맡겨진 일만이 아니라는것을 이제 엄마는 알게되었단다.
두려워할것은 두려움 그자체뿐이다
우리는 나이들수록 의문을 품지않고 질문을 하지않는경향이 있다. 자신이 배운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게되면 어느날 살아가는것이아니라 살아지는것이된다. 절대적이고 당연한 가치들이 존재하는곳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란 쉽지않은 일이기때문이다.
자기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싶지않을때 세상에서 가장 쉬운일은 도피처를 찾는일이란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라도 이런길이 있다는것은 우리를 위로한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인생은 상처는 받지 않을지 모르지만, 다른 어떤것도 받아들일수가 없어. 더욱 황당한것은 상처는 후회도 해보고 반항도 해보고나면 그 후에 무언가를 극복도 해볼수있지만 후회할 아무것도 남아있지않았을때의 공허는 후회조차 할수없어서 쿨하다못해 서늘해져버린다는거지.. 그건 분명 상처는 아니지만 공포라고, 엽기라고,말이야. 상처는 분명 아픈것이지만 오직 상처받지 않기위해 세상을 냉랭하게 살아간다면 네 인생의 주인자리를 상처라는자에게 몽땅 내주는거니까말이야. 상처가 네 속에 있는건 하는수없지만 네가 상처뒤에 숨어있어서는 안되는거잖아.
네가 사랑하는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의미든 너와 닮은 사람일것이다. 자기속에 있는것을 알아보고 사랑하게 된것일테니까. 만일 네가 미워하거나 싫어하는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와 어떤의미든 닮은사람일것이다. 네속에 없는것을 그에게서 알아볼수는 없을테니까말이야. 하지만 네가 남에게 사랑을주든 미움을주든 그결과는 고스란히 네것이 된다.
사람들은 사건때문에 혼란에 빠지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사건에대한 표상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죽음이 끔찍한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있는 표상이 끔찍한것이고 깨어진 꽃병 자체가 끔찍한것이 아니라 우리가 꽃병을 동일시하여 꽃병이 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온마음으로 꽃병에 집착하는것이 상처를 입히는것이다.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자체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게 아니라 돈은 꼭 필요하며 돈없이는 살수없다는 생각이 상처를 입힌다.
사랑이 나에게 상처입히는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넓은 사막에 혼자 버려진것처럼 방황하겠습니다.
넘치도록 가득한 내 젊음과 자유를 실패하는데 투자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사람이 행복하거나 진정한 사랑을하거나 숭고한 일을 하는것을 보면 그사람은 울지않아도 우리는 운다. 왜그럴까 생각해보니까, 어떤사람에게 생겨난 특별한 슬픔을 우리는 다 가지고있지 않지만, 어떤사람에게 있는 특별한 사랑과 행복, 혹은 숭고함은 우리 모두에게 이미 공평하게 나누어져있어서 그런게 아닐까생각하게 되었단다.
너희들이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가 인류가 탄생한이래 수천만년동안 계속되었지만 누구에게든 가슴이 미어지고 절절한 그런소리였듯이 그렇게 너와나도 헤어져있다가 다시 만났잖아.
신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기를 기다리신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으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테지. 넌 우리가 너 없이 잘살수있을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가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할수있게 해주신거야.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았고 하나가되었지. 단순한거란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온다.아니, 어쩌면 불공평하게 오지.
착하게사는사람에게나 나쁘게사는사람에게나 공평하게 닥치니까.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불행을 함께 한탄하는것을 다른사람을 위로한다고 착각할때가 많아. 진정한 우정은 그의 성취에 그런 성공에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줄수 있는가 아닌가에있고, 이런일은 대개는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좋아하고 행복한, 스스로와 스스로의 삶에 긍정의 눈을 뜨고있는 그런사람들만이 해낼수 있더구나.
사랑은 누군가를 아프게하는게 아니란다.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하지않아. 다만 사랑속에 끼워져있는 사랑아닌것들이 우리를 아프게하지. 누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너를 아프게한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란다. 사랑이 상처를 허락한다는 엄마의 말은 속수무책으로 상처입는다는 말이 아닌것을 너도 알거야. 상처를 허락하기위해서는 상처보다 네 자신이 커야하니까. 허락은 강한자가 약한자에게 하는거니까말이야.
네가 학교를 휴학하고 배낭여행을 가고싶다고 했을때 엄마가 너를 말린 이유도 같은이유였어. 라인홀트 메스너라는 이사람이 젊을때부터 그저 떠나고싶으면 떠나는 그런사람이었다면 이사람의 글도, 이사람의 고난도 우리와는 아무상관이 없었을테지. 붙박여있기만한 삶도 떠돌기만하는삶도 실은 그 뿌리는 같다. 그것은 두려움과 무책임이다.
사람은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보다 사람이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든것을말이야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사람은 상처받지않아. 후회도 별로없어. 더 줄것없이 다주어버렸기 때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사람의 몫이란다
대부분의 '해야한다는 성명서'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할 수있는것 이상의것을 요구하기때문에 실망을준다. 누군가 자신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을때, 자신의 비현실적 기댈르 탓하는것이 아니라 감정이 상해서 상대를 지목하고 그를 독선적으로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