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2014. 1. 14. 23:01 from 시, 글귀

세상은 더이상 울지않고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모두 제자리를 찾아, 가고 왔습니다.

 

저는 당신이 떠나지 않았음을 압니다. 죽음이 사랑을 갈라놓을수 없음도 압니다. 차가운 냉기속에서도 당신의 체온을 느낄수 있습니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당신의 미소를 볼수있습니다. 소쩍새마저 잠든 밤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걸음을 재촉한 강물도 더디 흐른 강물도 바다에서 만나기는 매한가지라고 당신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지요. 저는 당신이 힘겹게 이어가신 말씀을 잊지 않습니다. 당신은 서둘러 떠나셨고 저는 남았지만 우리는 바다에서 만날것입니다

 

젖은 시간은 더디게 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쌔근 쌔근 잠자던 우리 승희

깨고나서 엄마가 없으면 울텐데요.

 

정월에는 솔술을 담갔고, 이월에는 매화주를, 삼월에는 진달래 붉은 꽃잎을 따다가 술을 담갔습니다. 친정집에서는 삼짇날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부쳐먹었지만 당신이 우리집으로 오신 뒤로 진달래 꽃을 따다가 두견주를 담갔지요. 아버지는 꽃에 꿀이 많아 단내가 난다며 두잔을 거푸 마시곤 했습니다. 사우러에는 난초뿌리를 캐내서 술을 담갔습니다. 꽃도 줄기도 시들어 죽은줄알았는데 난초는 살아있었습니다. 그 향이 얼마나 좋은지 향기를 맡아보라며 징그러운 난초뿌리를 제 코앞으로 쑥 내밀며 웃던 당신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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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웅냐돼지 :